2016년 10월 28일 금요일

<언론출판협의회 2016-2학기 보도상>


2016-1학기 기사 중 연세대학교 언론출판협의회 소속 9개 단체의 기사 중 상경논총의 "일자리 없는 사회: 기본소득 도입 논의에 대하여"가 보도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좋은 글이니 많이 읽어주세요.
상경논총의 보도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 보도상 요약 글, 소감문 전문 및 각 언론 단체의 비평 글이 담긴 연세대학교 유일의 미디어 비평지 <연세언협>이 다음주에 발간됩니다. 많이 찾아봐주세요^^











일자리 없는 사회:
기본소득 도입 논의에 대하여

편집부원 최동건

지난 3월, 전 세계 바둑 기사들의 순위가 한 계단씩 내려가는 일이 벌어졌다. 구글(Google)사에서 개발한 알파고(ALPHA GO)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인간 중 바둑 최강자인 이세돌 사범을 상대로 4승 1패의 압도적인 전적으로 승리를 거둔 것이다. 이번 이세돌 사범의 패배가 특히나 충격적이었던 이유는 바둑만큼은 아직 인공지능이 넘볼 수 없는 종목이라 여겼음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정복당한 점, 대부분의 바둑 전문가들이 알파고에 대해 예상한 부분들이 모두 빗나간 점, 인간들의 기보를 바탕으로 학습했지만 인간들과 전혀 다른 방법으로 바둑을 둔 점 등 여러 측면에서 사람들의 예상을 깨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이유는 지엽적인 문제들이고 사람들이 정말 충격을 받은 이유는 따로 있다. 사람들은 이번 대국을 보고 ‘지적 유희의 극한이라 여겨진 바둑을 인공지능에 정복당했는데 그렇다면 앞으로 인공지능 혹은 이를 탑재한 로봇 따위가 인류의 일자리를모두 대체해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근본적인 공포를 느낀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점점 더 많은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이미 구글 사에서는 무인운전 기술을 거의 완성한 상태이고 미국에서는 약사를 대신해서 약을 조제해주는 기계가 나왔다. 이미 간단한 기사 정도는 인공지능이 작성하는 지경이다. 이런 식으로 일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것은 일시적 경기침체로 인한 것이 아닌 기술 발전으로 인한 구조적인 것이라 그 문제가 더 심각하다. 다소 극단적인 상상이긴 하지만 이렇게 구조적인 변화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져 가면 자본주의가 붕괴하는 상상도 마냥 헛소리로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일자리 없는 사회에 대한 대책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바
로 기본소득 제도(Basic Incom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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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제도(Basic Income)란?
: 재산의 많고 적음, 노동 여부, 나이, 성별 등 여타 기준들과 무관하게 모든 국민에게 일정 금액의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 다양한 형태의 모델들이 존재하는데 그 핵심은 일체의 조건이나 심사 없이, 기존의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이에게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는 것이다. 다소 허황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토마스 페인, 버트런드 러셀을 비롯한 지식인 혹은 실천가들 이외에 제임스 미드, 밀턴 프리드만 등 다수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이 지지하는 제도이다.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의 지지자들이 존재하며 따라서 다양한 버전의 모델들이 존재한다. 기본소득 제도라는 명칭 외에 시민 배당(Citizen’s dividend), 생존소득, 시민소득, 사회배당 등 다양한이름들로 불린다. - <나는 국가로부터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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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본소득 논의의 역사

현대적인 의미의 기본소득 제도에 대한 논의는 20세기에 시작되었지만 아이디어 자체는 이미 16세기에 비베스가 제안하였다. 비베스는 먼저 최소소득 보장에 집중했는데 그는 빈민들에게 사후적으로 노동과 연계하는 형태로 최소소득을 보장해 주자고 주장하였다. 이후 18세기 말, 토마스 페인이 공공재인 토지에서 얻는 수입(지대)으로 모두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할 것을 제안했으며 19세기 중엽, 조셉 사를리에가 앞서 소개한 두 논의를 결합하여 자산 심사, 노동과의 연계를 모두 거부한 ‘일정 소득에 대한 조건 없는 권리’라는 기본소득에 대한 아이디어를 정리하였다.

20세기에 들어서 기본 소득 논의는 크게 세 갈래에서 이루어진다. 첫째는 세계 제1, 2차 대전 사이 영국에서 ‘사회배당’, ‘국민 배당’ 등의 이름으로 논의된 흐름이고 둘째는 미국에서 이루어진 ‘데모그란트’와 ‘부의 소득세’ 형태로 논의된 흐름이다. 마지막은 북·서유럽에서 복지제도의 확대 또는 개편 차원에서 이루어진 기본소득 논의이다. 영국의 클리포드 더글러스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의 산업 생산의 증가에 비해 대중의 구매력 향상은 그 속도가 현저하게 느리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국민 배당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가구에 일정 금액을 매달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이들 중 두 번째 흐름이 다소 특이하다. 특히 M.프리드만 교수가 기본소득 논의에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이에 찬성했다는 사실은 다소 충격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얼핏 생각하면 기본소득 제도는 복지의 극한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는 프리드만 교수와 전혀 어울리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프리드만 교수는 ‘부의 소득세’를 “기술적 근거로 추천할 만한 제도”라고 소개하면서 이를 지지했는데 여기서 부의 소득세란 일정 수준 이하의 소득을 버는 자에 대해서 마이너스 세율을 적용하여 계산한 금액을 정부에서 지급해주는 제도이다. 이 개념은 오귀스뗑 꾸르노의 <부의 이론에 관한 수리 연구>라는 책에서 처음 등장하는데 프리드만 교수는 이러한 방법을 통해 다른 여타 잡다한 복지수단을 대체하여 운영상의 부담이나 비효율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서유럽에서의 기본소득 논의는 70년대 이후 활발해져 오늘날 기본소득 논의를 주도하는 나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오늘날의 조건 없는 기본소득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참여소득(Participation Income)에 가까운 제안들이 주를 이루었지만, 점점 노동시간과 노동 자체를 분리한 생계 수당 지급과 같은 주장이 힘을 얻으며 오늘날과 같이 무조건적인 기본소득 제안이 힘을 얻게 되었다. 이곳에서의 논의가 특이한 점은 기본소득 제도를 단순히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암스테르담자유대학의 퀴퍼 교수는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상당한 수준의 소득을 보장함으로써 임금노동으로 인한 비인간적 본성이 발현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고용과 소득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을 한 것인데 이는 기존의 상식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아주 독특한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2. 현재 논의 중인 국가 혹은 지자체

기본소득 제도가 다소 이상주의적인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이미 세계의 여러 나라(혹은 지자체)에서 도입했거나 도입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2016년 말에 관련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집권당의 수상이 공식 선언을 하였고, 스위스는 기본소득 제도를 국민투표에 부치고(오는 6월 투표 예정), 독일에서도 기본소득 지지 여론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이다. 몇 가지 사례를 통해서 기본소득 제도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부 사례를 선정해서 소개하려 한다. 핀란드를 통해 기본소득 제도 도입의 역사적 배경, 독일의 사례를 통해 기본소득 모델의 다양성, 알래스카를 통해 재원 마련에 대한 고민, 카탈루냐와 오사카의 사례를 통해 기본소득 제도의 이념적 다양성을 살펴볼 것이다.

-핀란드

많은 사람들이 흔히 복지국가의 모범사례, 심지어는 지상낙원쯤으로 여기는 북유럽국가들조차 심각한 경제 위기에 빠지고 말았다. ‘사회민주주의’로 불리는 북유럽 특유의 복지체제는 보편복지적인 요소들과 결합하여 있긴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노동 연계적인 복지 패러다임에 기초하고 있다. 즉, 사민주의 북유럽 복지체제 역시 실업자와 비정규직 종사자 양산으로 대표되는 세계의 신자유주의 흐름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핀란드 정부는 국민의 근로 의욕을 높여 고공 행진하는 핀란드의 실업률을 낮추길 기대하고 있다. 현재 사회 복지 시스템의 부족, 혹은 결함으로 인해 많은 실업자들이 저임금 일용직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분석이다. 핀란드의 실업률은 10%이며, 특히 청년 실업률은 22.7%까지 오른 상태다.

이러한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 핀란드는 매월 800유로(약 101만4000원)를 모든 국민에게 무조건적으로 지급하는 법안을 올해 말 제출할 계획이며 약 69%의 핀란드 국민이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핀란드의 기본소득 모델은 보편복지 성격의 아동수당과 국민연금의 확장으로 볼 수 있는데 이런 제도들을 이미 시행하고 있는 북유럽 국가들에 있어 이러한 여건은 기본소득을 실시하기에 아주 유리한 조건이다. 따라서 핀란드에 비해 기존의 복지 수준이 낮은 우리나라가 섣불리 이를 모방해서는 위험하겠지만 현대적인 의미의 기본소득 제도 구현에 가장 가깝게 접근한 나라이므로 계속해서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독일

독일은 기본소득 제도 도입에 관한 논의가 가장 활발한 나라들 중 하나인데, 앞서 소개한 핀란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현대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위기와 맞닿아있는 전통적인 복지국가의 위기가 그 배경이다. 독일의 복지체제는 2차대전 이후 구 동독과의 경쟁과 더불어 때마침 발생한 전후 복구와 세계시장의 확장으로 인해 경제가 성장하면서 현재의 복지 시스템은 갖출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가속화된 신자유주의로 인해 실업과 비정규직이 대거 양산되었고 이제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복지 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게 되면서 기본소득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2012년까지 독일에서는 베르너의(G. W.Werner) 기본소득 모형03), 연대적 시민급여 등을 비롯해 모두 16개의 기본소득 모형이 발표되었으며05), 기본소득 제도에 대한 대중적 기반과 지지도가 높다. 하지만 위 모델 중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모델이 없다는 점, 기본소득 제도를 정식 입장으로 채택한 정당이 한 개뿐이라는 점은 이 제도를 도입하는 데 있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알래스카

1982년 10월 16일 자 동아일보는 <알래스카 주민에 ‘돈벼락’>이라는 기사를 통해 알래스카 주의 기본소득제 도입 소식을 전했다. 기사에서는 여러 가지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언급하며 83년 이후 지급이 불투명한 상태라며 우려하고 있지만, 알래스카 주는 영구기금 배당금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계속 이어오고 있다. 알래스카 주는 매년 석유에서 나오는 주 정부 수익금의 1/4을 의무적으로 적립하고 이 적립금을 주식,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하여 얻는 수익금으로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원금을 건들지 않으면서도 2012년 기준으로 기금의 적립 규모는 421억 달러에 달한다.
석유가 나오지 않는 우리나라와는 어차피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지만 개리 플로멘호프트(Gary Flomenhoft)라는 미국의 학자에 따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물, 깨끗한 공기, 광물 같은 자연적인 것들은 물론 인터넷, 방송주파수와 같이 사회 전체의 재산이라 할 수 있는 것들도 공유재로 보고 이것들을 사유화하여 올리는 수익을 환수하여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보았으며 석유 같은 지하자원이 하나도 없는 미국의 버몬트 주의 경우 연간 최대 10,348달러를 지급할 수 있다고 보았다. 물론 이미 사유화된 재산을 환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법적인 문제는 없을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기본소득 제도에 대한 가장 큰 반대 이유 중 하나인 ‘재원마련’에 대한 타개책을 찾는데 힌트를 제공해줄 수 있는 사례라고 여겨진다.

-카탈루냐 & 오사카

두 도시는 완전히 정반대의 정치철학을 기반으로 기본소득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 두 도시의 사례는 기본소득 제도가 근본적으로 어떤 특정 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한 주장이 아님을 보여주기에 좋은 사례라고 판단되어 소개한다. 먼저 카탈루냐의 기본소득운동은 공화주의를 정치 철학적 기반으로 하며 단순한 복지제도의 대안이 아닌 사회적 전환의 수단으로 여긴다. 공화주의 사상의 핵심은 자유와 재산 사이의 관계를 보는 관점인데 특히 재산의 획득을 정치적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근거라고 보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필립 페팃의 ‘비지배 자유’를 이상으로 여기는 신 공화주의이론을 받아들여 기본소득 제도 도입 논의를 진행했다. 특히 페팃은 “취약함과 자의적인 간섭의 원천은 재산의 결여에 기인한 물질적 독립의 부재”라고 주장하는데 따라서 민주적 공화주의 관점에서 볼 때 재산의 불평등한 분배는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문제이고 그 방안으로 기본소득 제도를 채택한 것이다.

반면 오사카의 경우는 기본소득 제도가 현 오사카 시장인 하시모토 도루에 의해 강력히 추진되고 있다. 극우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그가 기본소득제도를 주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현재 일본의 공무원 조직을 기존의 각종 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예산을 불필요한 조직이나 시스템을 추가하여 국가 재정을 갉아먹는 기생충쯤으로 여기고 이를 과감히 줄이는 방법으로 기본소득 제도에 주목한 것이다. 그는 불필요한 공무원 조직을 일거에 정리해서 할 수 있는 한 가장 작은 정부를 구성해 낭비하던 예산을 가지고 기존의 모든 복지제도를 기본소득 제도로 통일하여 사회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실제로 그의 지지세력(일본 유신회)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만약 이들이 정말 의회를 장악하게 된다면 극우파에 의해 기본소득 제도가 도입되는 기이한 현상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3. 기본소득 제도의 필요성

앞서 소개했듯이 점점 더 많은 분야에서 기계와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체해가고 있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기술 발전의 흐름이다. 구글 사에서 개발 중인 자동운전 기술은 수년 내에 상용화될 것이 분명하며, 독일에서는 이미 무인 트럭 운전 상용화를 위한 법률 제정을 위한 논의가 활발하다. 심지어 간단한 소식을 전하는 짧은 인터넷 기사 같은 경우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체하여 작성할 수 있다. 더욱더 충격적인 것은 인공지능이 이제는 작곡이나 그림 그리기 같은 예술의 영역도 대체해버릴 정도라는 것이다.

꼭 인공지능이 아니더라도 현대사회에서 기술 발전으로 인해 대부분의 산업에서 필요한 인력이 줄어드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며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다. 사람의 노동력이 필요한 부문은 점점 더 직접적인 생산이 아닌 관리, 유지 및 보수 정도로 한정되고 있다. 이런 식으로 현존하는 직업의 대부분이 사라져버린다면 현재의 자본주의 구조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붕괴할 것이다.(가치의 위기론) 이런 식의 Job Crisis는 일시적인, 혹은 경기 순환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근본적인 산업 구조의 변화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쉽사리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특히 현대사회의 기술 발전과 업무의 세분화로 인해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 하는 경우가 허다해 지고 노동과 여가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경우도 여럿 있다.

예를 들어 구글은 현존하는 모든 책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책을 스캔하면 컴퓨터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글자를 인식하여(OCR) 이를 디지털 형식의 파일로 저장하는 것인데, 책이 오래되어 글씨가 흐리거나 기술적 한계로 프로그램이 글씨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한다. 이럴 경우 결국 인력으로 해당 글씨를 입력해야 하는데 구글은 이 작업에 사람을 고용하지 않는다. 단지 자동가입 방지를 위한 문자열 입력 칸은 하나더 만들고 컴퓨터가 읽지 못하는 글씨를 올려놓을 뿐이다. 해당 사이트에 가입하고 싶은 사람이 그 문자가 무엇인지 입력해주면 이것이 구글의 서버에 저장되는 것이다. 사람들의 이러한 행위는 엄밀히 따지면 구글을 위한 노동을 한 셈이지만 이것이 너무나 미세하고 심지어는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다. 하지만 구글의 입장에서는 가만히 앉아서 그 수 많은 데이터를 수집했기 때문에 손 안대고 코를 푼 격이다.

이 사례는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사회에서나 드물게 등장하는 일이라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지만, 가사노동이나 육아처럼 보상받지 못하는 노동은 아주 오래전부터도 존재해왔다.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이런 식의 보상을 받지 못하는 노동이 점점 많아질 것이 분명하다. 기본소득 제도는 이러한 보상받지 못하는 노동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4. 기본소득 제도의 장점

기본소득 제도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이 제도를 도입할 시 기대되는 긍정적인 효과들에 주목한다. 단순히 산업구조 변화로 인한 Job Crisis에 대응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써만 고려하는 것이 아닌 전반적인 경제의 체질 개선 효과와 거기에서 파생되는 여러 가지 사회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첫 번째는 기본소득 제도 도입을 통해서 기존의 여러 가지 복지 제도를 정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기본소득 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북서유럽의 국가들이 내세우는 주요한 이유들 중 하나다. 복지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복잡한 복지 제도가 생겨나다 보니 이 과정에서 행정적인 비용과 낭비가 발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본소득 제도를 도입할 경우 그냥 주민등록에 올라가 있는 사람에게 일괄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급하면 되기 때문에 신청(혹은 청구), 그에 따른 심사 등 일체의 행정적인 과정이 불필요해진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작은 정부를 갖게 되는데 이는 프리드만 교수 등 자유주의자(보수 진영)들이 기본소득 제도를 찬성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두 번째 장점은 삶의 지속성 증가이다. 우리나라 사회의 특징들 중 하나는 치안 시스템이 잘 훌륭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범죄율이 높지는 않지만, 자살률은 심각하게 높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에 관한 통계나 뉴스는 수시로 접할 수 있고 그 심각성 또한 익히 알려진 사실이므로 구태여 따로 언급하지는 않겠다. 특히나 우리나라의 자살은 생계비관으로 인한 자살이 많다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기본소득제도 찬성론자들은 이 제도가 최소한 생계형 자살은 막아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노인 자살은 십중팔구 생계형 자살이기 때문에 이 부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2014년 2월에 있었던 송파 세 모녀 사건은 우리나라 사회안전망이 현재 제대로 기능하고 있지 못함을 보여준 안타까운 사건이다. 이들은 아무런 소득이 없고 큰딸이 만성 질병을 앓고 있었음에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다. 심사 과정에서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제도가 있었다면 막을 수도 있었던 일이다.

세 번째 장점은 극빈층 구제와 경제 활성화에 직접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극빈층은 최소한의 생활을 위한 소비 여력조차 부족하다. 이들에게 주어지는 금액들은 즉각적으로 소비될 것이다. 기본소득이 어느 정도 선을 넘지 않는다면 꼭 극빈층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그 돈을 어떤 방식으로든 소비하게 된다. 이는 경제 전체로 봤을 때 엄청난 소비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며 대부분이 수많은 기업과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되리라 기대해 볼 수 있다.

과거 90년대에 일본 정부는 디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전 국민에게 상품권을 나누어 준 일이 있었다. 소비 진작을 위한 방안이었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대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상품권을 받은 일본 국민들이 그 상품권을 속칭 ‘깡’을 하여 현금화한 뒤 그 돈을 저축해버린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사례를 들어 소비 진작 효과를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일본의 사례는 일시적인 상품권 지급이라는 점에서 기본소득 제도와는 큰 차이가 있다. 장기 불황의 상태에서 기대하지 못했던 일시적인 소득이 생기면 저축을 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지만, 기본소득처럼 정기적인 고정 수입이 생기는 경우에는 소비 진작을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다.

네 번째로 기대하는 것은 소득 재분배 효과이다. 서울시립대 곽노완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처분 GDP07) 가 1,000조 원이 넘는데 이 중 실질적인 노동소득이 300조 정도, 자본소득이 700조 정도라고 한다08). 이러한 분배의 모순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데, 대대적인 조세개편을 통해 기본소득 제도를 도입하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양극화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기본소득 네트워크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소득세 증가에도 불구하고 순수 세금 납부액이 기본소득으로 받는 돈보다 많아서 ‘손해’를 보는 경우는 소득 구간 85%(연 소득 7,957만 원) 이상이다. 따라서 상당한 재분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주장들을 들어 곽 교수는 국민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양극화)를 해결하는 동시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체질 개선을 해낼 수 있다면 전체 국민소득 중 30% 정도를 사용하는 것은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투자라고 주장한다. 마지막은 기본소득 제도를 통해 인플레 없는 경
기 부양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기본소득 제도란 기존에 없던 돈을 찍어내는 정책이 아니다. 쉽게 생각해서 원래 그 국가(경제)에 있던 돈을 이전하는 행위이다. (지급 액수에 따라 다르지만) 인플레가 발생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이를 연구한 한신대학교 강남훈 교수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인플레 효과는 없었다. 물론 초기에 일시적으로 생필품 수요가 늘어서 물가가 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생필품 공급은 증가시키는 것이 어렵지 않기 때문에 인플레가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지급 가능한 금액을 월 20~30만 원이라고 보는데 이 정도 금액은 그야말로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금액이기 때문에 큰 인플레 효과를 유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5. 기본소득 제도에 대한 비판과 반론

기본소득 제도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크게 윤리적 측면과 기술적 측면에서 비판한다. 전자의 경우 ‘기생을 부추긴다’, ‘성별 분업을 종식시키지 못할 것이다’,’ 노동윤리가 파괴될 것이다.’ 등의 주장이 있다. 후자의 경우 ‘재정 부담을 감당할 수 없을 것’, ‘지급액수가 적다면 아무 소용 없을 것’,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등의 이유로 비판한다. 윤리적 비판의 핵심은 기본소득 제도가 호혜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는 것이다.

호혜성의 원칙을 쉽게 설명하면 “경제적 이익을 누리고 싶다면 그에 걸맞게 기여하여라”라
는 의미이다. 즉, 기본소득 제도를 도입하면 기여하지 않는 자들이 이익을 누리게 되고 이것
은 일종의 일 하지 않는 자들의 일하는 자들에 대한 착취이며 동시에 윤리적이지 못한 처사
라는 뜻이다. 이러한 비판에 대하여 자유주의적 중립성09)이라는 개념을 통해 반박할 수 있다. 이 원리에 따르면, 국가는 개인의 서로 다른 가치판단과 가치관을 보호해줄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을 실현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해주어야 한다. (물론 해악의 원리에 따라 타인에게 해악을 끼치는 인종차별, 성차별적인 가치까지 보호해주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 실질적인 기회가 바로 기본소득 제도인 것이다. 또한 기본소득 제도가 착취라는 관점에 대해서는 이것이 노동시장의 취약성이라는 더 큰 부정의를 예방해준다는 점, 기본소득이란 순수한 자연자원, 비자연적으로 상속된 부 등 여러 가지 외적 자산에 대한 시민들의 1/n에 해당하는 권리이기 때문에 이는 호혜성의 원칙을 적용할 대상이 아니라는 점10)을 들어 반박할 수 있다. 그리고 차등의 원리를 이용해 윤리적 비판을 반박할 수도 있는데 이는 정의로운 사회라면 그 사회의 최소수혜자에게 최대한의 지원을 해야 한다는 롤스의 사상에 기반을 둔 것이다. 현실적으로 생산수단들은 사적으로 소유되기 때문에 여가선호자는 정부의 보조금이 주요 소득원인 취약계층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술적 비판의 대부분은 재정에 관한 이야기다. 이 부분에 대한 반박은 다음 장에서 따로 다루기로 하겠다. 다만 지급 액수가 적을 시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초기 알래스카의 경우를 들어 반박할 수 있다. 알래스카의 기본소득 모델은 초기에 아주 적은 금액으로 시작되었지만, 범죄율과 자살률이 눈에 띄게 감소하였고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이 제도의 특성이 삶의 안정성을 높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액수가 적다 하더라도 이는 당연한 결과이다.


6. 재원 마련의 가능성은 있는가?

실현 가능성 유무를 따질 때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바로 재원 마련 문제이다. 우리나라 국민을 5천만 명을 잡고, 모든 국민에게 매달 50만 원씩 지급할 경우 25조 원이 필요하고 30만 원씩 지급한다 치더라도 15조 원이 들어간다. 전자의 경우 1년에 300조 원이 필요하고, 후자의 경우 180조 원이 필요하다. 2016년 우리나라 예산이 약 386조 원이고 이 중에서 보건, 복지 및 고용 예산이 122.9조 원이다. 복지 예산을 전액 기본소득 재원으로 사용한다 하더라도 한참 부족하다.

하지만 서울 시립대의 곽노완 경제학부 교수는 관점을 달리 가지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무조건 정부 예산으로만 해결하려 하지 말고 GDP 전체를 보자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재 가처분 GDP는 1000조 원이 넘는다. 이러한 경제 규모를 따져볼 때 방법만 잘 찾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주장이다.

그가 제시한 방법 중 일부를 소개하자면 카드회사 국유화와 불로소득(상속이나 자본수익 따위의) 과세이다. 신용카드를 국유화하면 수수료를 0에 가깝게 할 수 있는데 이렇게 하면 전체 소비 지출에서 카드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그동안 숨겨졌던 거래의 상당 부분이 드러나게 되어 과세의 대상이 더 넓게 포착될 수 있고 그만큼 지하경제가 줄어들게 되어 재원 마련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나 이 방법은 “유리 지갑”이라고 까지 불리는 노동소득에 대한 과세 없이 불로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음성적으로 흐르는 거래들을 포착하여 과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훌륭하다.

우리나라 카드사들은 대부분이 금융회사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데 은행의 경우 자본의 90% 이상이 예금, 즉 시민들의 돈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이미 은행에 엄청난 양의 공적 자금을 투입한 역사가 있다. 그리고 그 공적 자금이라는 것은 결국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하는 빚인 것이다. 즉 시민들의 돈이 사적인 자본의 형식으로 은행이라는 금융기관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곽 교수는 명분이 확실하기 때문에 사회구성원들의 합의만 있으면 은행도 공유화할 수 있고 카드사 정도를 공유화하는 것은 더 쉬운 일이라는 것이다. 물론 카드사 국유화가 명분은 있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국유화에 성공해서 수수료를 대폭 인하하거나 없앤다고 해서 카드 사용 비율이 오를 것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고 따져봐야 할 일이지만 재원 마련의 방법으로 한 번쯤 고려해볼 수는 있는 일이다.

재원 마련에 대한 또 다른 아이디어는 기본소득 제도 자체가 어느 정도 재원을 스스로 충당해줄 수 있다는 것 점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기본소득으로 지급한 금액이 소비로 쓰이기만 한다면 벌써 그 재원의 10% 이상을 정부가 환수한 셈이 된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기본소득으로 받은 돈을 가지고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면 부가세 10%와 그 가게 주인의 소득세로 다시 정부에 돌아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본소득 제도를 시행하면 소득세에 붙는 이런저런 공제들을 없애도 된다. 애초에 공제라는 것이 사회보장의 성격으로 저소득층을 배려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즉 단순히 인원수 곱하기 금액으로 산정한 비용보다 훨씬 적은 금액으로도 기본소득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무리 기본소득 제도의 의의

처음에 이 글을 기획할 당시에는 ‘좋은 생각이긴 하지만 이게 실현 가능한 이야기인가?’, ‘그냥 소개 정도만 해도 충분히 의미 있겠다’라고 생각하고 글을 썼다. 하지만 점점 공부를 할 수록, 글을 쓸수록 기본소득 제도에 이끌리고 어느새 이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결국, 기본소득 제도란 무엇인가? 복지제도의 통합적 개편인 동시에 작은 정부로의 회귀이자 즉각적인 경기 부양책이자 구조적인 Job Crisis에 대한 대비책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근본적이고 중요한 의미는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현대 문명에 대한 자신감이자 인간에 대한 신뢰 그리고 존중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 이 제도를 구상한 여러 사상가들의 생각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현대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기본소득 제도는 ‘이제 인류가 모든 사회 구성원들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해줄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인간이 기본소득을 받는다고 해서 다른 경제 활동을 멈추고 그것에 안주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자신감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구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기본소득 제도는 기존 복지제도의 심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상의 여러 가지 모순들과 그에 수반되는 인간적인 모멸감을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인 것이다.

또 다른 중요한 의의는 기본소득 제도가 일종의 사회배당 성격을 가진다는 것이다. 사회배당이란 내가 존재함으로써 발생하는 사회적인 가치에 대해 보상을 해준다는 뜻이다. 일본의 경우 병석에 누워있는 사람조차도 요양, 의료 서비스의 수요를 창출한다는 관점에서 이들에게 돈을 지급하자는 주장도 있을 정도다. 꼭 누군가가 눈에 보이는, 측정할 수 있는 재화나 용역을 생산해야만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언가 생산에 기여하는 바가 없더라도 사회 전체의 재산에 대해 지분을 받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실상 석유 같은 천연자원에서 나오는 이윤은 사회가 공유해야 하는 대상이지만 행정적, 기술적인 한계와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공적 기관의 대표자가 그 처분권을 갖는다. 기본소득 제도를 통해서 위와 같은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인류의 역사는 억압과 차별과 그에 대한 투쟁의 역사였다. 심지어 같은 국가, 지역 혹은 공동체 내부에서조차 뺐고 뺏기는 투쟁이 계속되었다. World Economic Forum은 지난 2014년 1월에 이미 “향후 10년 내 가장 큰 세계적인 위기는 소득 격차로 인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당연히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하지만 기본소득 제도가 무사히 안착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전 지구적 차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그 국가(지역)에 소속된 사람이라면 다 같이 함께 가는, 최소한 기본적인 생존 문제를 함께 분담하여 낙오되는 구성원 없는 사회로의 전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불과 백 년 전만 하더라도 모든 이가 공평하게 한 표의 투표권을 행사하는 보통선거는 꿈에 불과했다. 기본소득 제도도 얼핏 들으면 한낱 공상에 불과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하지만 이런 공상이 실제로 일어날지, 또 그로 인해서 인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이런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기본소득 제도에 대해 이미 세계의 여러 나라들은 논의를 상당 부분 진행하였고, 가시적인 결과를 내기 직전 상태까지 간 나라들도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제도권 밖에서 일부 관심 있는 사람들의 주장에 그치고 있을 뿐, 현실에 적용할 수 있을 만한 논의는 부족하다. 기본소득 제도는 일자리 감소라는 세계적인 흐름에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일 뿐만 아니라 특유의 넓은 이념적 스펙트럼으로 인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용이하고, 따라서 얼마든지 시도해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제도이다. 기본소득 제도는 우리의 50년 뒤, 100년 뒤를 결정할 제도이다.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과 연구가 절실하다.





보도상 수상 소감문

상경논총 최동건


지난 학기 내내 공부하고 고민하면서 작업했던 기사로 ‘연세 언협 보도상’을 수상하게 되어 정말로 뿌듯하고 자랑스럽습니다. 먼저 함께 고민해주고 피드백해준 <상경논총> 식구들, 그리고 이번 보도상 선정에 참여해주신 언협 집행부원 여러분, 각 언론단체장님 모두 감사합니다.
이번에 쓴 기사는 <일자리 없는 사회 : 기본소득 도입 논의에 대하여>라는 글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기본소득 제도에 관한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지난 학기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인공지능이 ‘나중에 결국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해버리면 어떻게 될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세계 곳곳에서 이미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논의와 초보적이지만, 그리고 비록 실패했지만, 어느 정도의 시도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제도에 흥미를 느끼게 되어 이를 소개하는 기사를 작성하게 된 것입니다.
처음에 기본소득 제도에 대하여 공부를 시작했을 때는 ‘흥미로운 발상이긴 하지만 이게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하는 의문도 있었고 얼핏 생각했을 때는 사회주의를 연상시키기도 해서 조심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하다 보니 완전히 허황한 이야기만은 아닐뿐더러 이 제도의 사상적 배경이 오히려 M.프리드먼 같은 자유시장 경제주의자들에 그 뿌리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무리 터무니없는 상상이라도, 지금은 실현 불가능한 먼 미래의 이야기라 할지라도, 인간의 상상이 가지고 있는 힘을 믿습니다. 그것이 꼭 과학 기술에 관한 상상이 아니더라도, 인간의 사회 질서나 제도에 관한 이야기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한 상상에 대해 다 같이 이야기하고, 연구하고 노력하다 보면 꼭 처음에 연구하던 그것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라도 인류에 보탬이 되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부분이 많은 글이지만 함께 읽고 기본소득 제도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 나아가 미래의 우리 사회 모습에 대해 함께 상상하고 즐겁게 토론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